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 9월 4일 아침에 있었던 게임어바웃 담당자분과의 통화 결과, 이 글을 웹진에 기고한 것은 게임어바웃의 기자가 아닌 필진 중 한 사람이며, 게임어바웃의 공식 입장과는 상관이 없다고 담당자 분께서 밝혀주셨습니다. '상호간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해당 글의 제목과 글 내용중 일부에서 게임 웹진, 게임어바웃 등의 일부 표현은 삭제처리하였습니다. 다만. 출처가 게임어바웃임은 분명하므로, 출처 표기 부문에서는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수정은 2014년 9월 4일 11시 29분 부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치명적인 오류를 하나 범한 만큼, 이에 대해서도 분명히 정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하는 바입니다.

 

해당 사과문은 여기서(http://commder.tistory.com/272) 보실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2014년 9월 4일 11시 46분 부로 글에 추가되었습니다.

 

글 검토 결과,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한 정정이 끝났습니다. 정정 작업은 2014년 9월 4일 12시 49분부로 완료되었습니다.

 

  예. 오랜만입니다. 이 블로그에 들려주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울펜슈타인 관련 글을 쓴다고 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네요.

 

  그동안 바쁜 일도 있었고 하여,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우선 몇일 전 터져버린 그래픽카드부터 고쳐야...했는데,   오늘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근처 PC방까지 와서 컴퓨터를 키고 글을 쓰게 되네요.

 

  바로 아래 글 때문에 말이지요.

 

함대콜렉션,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 게임인가? 함대콜렉션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쟁의 실체(게임어바웃)

 

  글 서두를 너무 길게 끌었으니 그건 일단 뒤로 미루고. 글 자체 내부에 있는 허술한 구멍부터 파고들어가보죠. 사실 그래도 지적할 건 차고 넘치도록 많고, 그중 다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어린이 떼쓰는 수준의 논리구조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의 은폐 및 왜곡은 이미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럼, 글 앞 부분부터 차근차근 짚어볼까요?

 

  아, 팝콘 들고 오셔도 됩니다. 글이 길어요.

 

  '이 2차 창작 영역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강력한 캐릭터와 ‘네타’라 불리는 소재의 풍부함이다. ‘네타’라는 점에서, 역사를 배경 설정으로 끌고오는 작품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함대컬렉션’ 이전 나름 인기를 얻으며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했던 ‘메카무스메’도 그랬다. ‘메카무스메’는 ‘함대컬렉션’과 유사하게, 실존했던 군용 장비를 모에의인화 한 2차 창작물이다.'

 

  예,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컨텐츠 창작의 도구가 되니까 우리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베트남 파병 월남군의 역사를 가지고 성적 컨텐츠를 만들어보죠. 왜요? 역사를 배경 설정으로 끌고오는 작품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면서요? 그때 계엄군 실어나르고 광주 시청으로 진격했던 군용장비들하고, 현지에서 양민 학살해서 지금까지도 증오비가 세워져 원망을 받고 있는 한국군 장병들이 쓴 장비 모티브로 해서 만들면 되겠네요.

 

  시작부터 무지함에 기반한 선무당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도입부입니다. 이 도입부는 함대 컬렉션이 왜 비판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논지를 고의로 뒤틀어버려 상대방의 주장을 자신이 반박하기 쉽게 왜곡하기 위한 일종의 거짓 푯말, 허수아비 세우기일 뿐입니다.

 

  함대 컬렉션이 비판을 받는 건, 단순히 역사를 상품화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손상되어서는 안되는, 윤색되어서는 안되는, 반성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상품화라는 미명하에 보기 좋게 포장하고, 먹기 불편한 부분은 고기 탄 부분 잘라내듯이 잘라내서 팔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군사정권 시절 언론 검열하듯이, 해당 부분을 쳐내고 불필요한 미사여구와 공치사만으로 치장한 바로 그 저열한 상업성, 손대지 말아야 할 것까지 손대는 자본의 상업성이야 말로 함대 콜렉션이라는 뒤틀린 컨텐츠가 생산된 원인이며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초점 중 하나입니다.

 

 '‘함대컬렉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게이머들은 ‘모에화’해서 판매 할 무언가를 찾다 보니 역사까지 손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2차창작을 노린 전략적인 선택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역사'라는 컨텐츠가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으니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아, 네. 누가 그걸 모릅니까? 그 전략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하게 만든 접근자세 자체가 문제라는건데. 게다가 이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 자가당착적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2차 창작을 노린 전략적인 선택과 '모에화'해서 판매할 소재를 찾는 것의 차이가 뭔지 설명좀 해보시렵니까? 2차 창작을 통해 판매 수요를 창출하는게 그 잘난 전략적인 선택의 핵심인데, 결국 판매할 소재를 찾는거잖습니까? 일본의 뒤틀린 서브컬쳐 특성상 2차 창작에 '모에화'가 곁들여져야 하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토끼와 거북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토끼가 거북이에게 졌다는게 말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보다는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위의 문장이랑 이거랑 다른게 뭡니까? 애초에 2차 창작을 노린 전략적인 선택이 곧 모에화해서 판매할 무언가를 찾다가 역사까지 손댔다는 건데, 같은 말을 늘어놓고서는, 이건 역사를 팔아먹으려고 한게 아니에요! 그냥 경영 상의 선택일 뿐이라고요!라고 어설픈 포장질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시작부터 함대 컬렉션은 '역사를 팔아먹으려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잘못된 인도(Mislead)를 유발하려는 수작이 참 가당찮기 그지없군요.

 

  '이 글에서 ‘함대컬렉션’ 논쟁에 얽혀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경이 될 일본 역사청산의 미진함과 내셔널리즘을 모두 짚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대신, 이 글에서는 가장 많이 보이는 쟁점인 “함대컬렉션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와 기타 몇 가지 사안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게다가, 문화 컨텐츠가 일반 사회랑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사회 속에서 맥락이 해석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한 채, '복잡한 현재 국제정세 문제나 일본의 태도 관련 문제는 귀찮으니 치우고 넘어갈께요 데헷 ^-' '이라고 넘겨버린 후 여타의 정치적 논쟁 자체를 모두 차단하려는 바리케이트 치기는 같잖다라는 말도 모자라서 돌잔치 아기 춤추는 꼴을 구경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뭘 집어들었는 지도 모른 채 배시시 웃으며 손에 쥔걸 흔들어대는 것은, 아기가 하면 귀엽고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머리 다 크고 사리 판단이 되는 성인이 침을 줄줄 흘리며 양 손에 모에화된 캐릭터와 윤색된 역사를 들고 맹목적인 호의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것은, 혐오와 비웃음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런 복잡한 문제는 다루지 말자고!'라니. 세상은 싸구려 저질 일본식 라이트노벨처럼 굴러가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부족은 이윽고 더 크나큰 오류로 이어지게 되지요. 아래 문장을 보십시오.

 

  '‘함대컬렉션’을 이해하기 위해 게이머는 스스로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즉, 역사 인식의 책임 소재를 매체인 ‘함대컬렉션’이 아니라, 게이머 스스로가 갖게 된다.'

 

  제가 이 문장을 보고 한 5분을 고민했습니다. 문장 자체에 지적할 부분이 최소 4군데가 넘거든요. 총체적 난국을 문장 두 구절에서 제가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그 전까진 최소 문단이었단 말입니다.

 

  일단, 앞 문장부터 살펴보죠. 기본적으로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은 명제 역시 내재하고 있습니다.

 

  ''함대컬렉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식 파생상품은 그 내부, 그 자체로는 이해를 돕기 위한 맥락이나,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자, 숨겨진 명제를 드러내니 이제 이 문장의 실체가 잘 보이시죠? 그리고 이 문장이 어떠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지도 잘 보이실겁니다. 자, 이 두 명제를 저는, 그리고 저번 글과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이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함대 컬렉션'은 게임 내부에 도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도감의 구석구석을 클릭해봤을지도 의문입니다. 그 도감에는 해당 '칸무스'의 기원이 되는 함선이 태평양 전쟁에서 어떻게 싸우고 활약했는지에 대해 담긴, 먹기 좋게 '재편집된' 역사가 아주 잘~ 나와있습니다. 이해를 돕는,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매우 친절하게 제공해주고 있죠. 예? 왜 재편집된 역사냐고요? 선상 학살 행위같은 전범행위는 싹다 빼버린 글이 그럼 재편집된 역사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뿐만인가요? 굳이 게임 내의 도감을 보지 않더라도, 칸무스들의 주요 대사와 이 글의 작자가 그렇게 칭찬하는 '네타'가 이미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데요. 그 스스로가 역사적 맥락을 차용해서 가져온 칸무스의 행동이나 이미지와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묘사를 함대 컬렉션의 강점이라고 그렇게 칭찬했으면서, 그 맥락과 대사가 게이머의 이해를 돕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것은 이중잣대와 자기부정일 뿐입니다. 등장부터 불침함의 전설을 자랑하는 구축함 유키카제, 미드웨이의 복수를 외치는 경항모 등 유명한 사례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빅 세븐 운운하는 주력전함, 큰 손상을 입었을 경우 갑판에 직격을 운운하는 항공모함 등의 사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요. 여기에 결정적으로, 계속해서 함대 컬렉션 운영진이 주력 컨텐츠로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특별 이벤트들까지 가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는 후술하겠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여기에 함대 컬렉션의 제작사가 팔아먹는 각종 공식 상품들은 이 변명을 무색하게 만들죠. 태평양 전사를 '재편집해' 담아놓은 각종 서적이 함대 콜렉션의 이름을 달고 버젓이 주 소비층에게 판매되는 판국에, 게이머가 스스로 기록으로써의 역사를 가져와야 한다고요? 그런 흰 소리는 자기 꿈 속에서나 해야 하는 법입니다. 게임웹진에서 내는 기사나 기획이 아니라요. 물론, 이 문장을 쓴 작자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 했겠죠. 차라리 그 편이 낫겠습니다. 정말 몰라서 쓴거라면, 단순한 무지를 넘어서서 자신이 애호하는 상품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쌓지 않고 글을 쓰는 선무당 신세가 되는거니까요.

 

  자 그럼, 이제 드러나 있는 명제를 살펴보죠. 함대 컬렉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이머가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스스로 가져와야 한다? '스스로' 부분은 앞에서 다뤘으니 이번엔 외부에서 '가져와야'한다는 부분을 살펴봅시다. 함대 컬렉션이 그 자체로 기록을 제공한다는 점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그러니까 설령 게임 내에 도감이 없다고 해도 이 명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게이머는 외부에서 굳이 그 기록을 가져올 필요 없이,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조그마한 맥락들만을 가지고 스스로 맥락을 창조할 수 있거든요. 그래요. 이 글의 작자가 그렇게도 칭찬하고 경탄하는 '2차 창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역사교육에서 기본적으로 태평양 전쟁이란게 있었다는 사실이 교육되는 만큼, '일본인의 기본 상식'은 그러한 맥락의 이해와 재생산을 돕기에는 충분한 토양을 갖추고 있지요.

 

  외부의 기록을 살펴본다? 그런걸 왜 합니까? 당장 자신 앞에 있는 이쁘고 귀여운 칸무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는데? '태평양 전쟁에 참가한 함선들이 이렇게 매력덩어리 모습이 될 수 있구나!'라는 해석과 즐거움은 굳이 외부의 기록을 찾아볼 필요 없이 편하고 손쉽게, 이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의 뇌 속에서 즉각적으로 생산되고 확대됩니다. 연합 함대라는 언급과, 군함을 이름으로 삼은 칸무스들의 이름 역시 게이머가 이해하고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토양을 마련합니다. 즉, 그 자체로 이미 함대 컬렉션은 '상업화'를 위한 포장과 윤색을 끝낸 상태로 제공되는 완제품이란 겁니다. 팔아먹지 말아야 할 걸 팔아먹는 완제품 말입니다.

 

  자, 이렇게 잘못된 두 가지 명제에 대한 반박이 끝나면, 남는 것은 아래 문장을 보고 실컷 비웃어주는 것 뿐입니다.

 

  '즉, 역사 인식의 책임 소재를 매체인 ‘함대컬렉션’이 아니라, 게이머 스스로가 갖게 된다.'

 

  여러분이 실컷 배를 잡고 웃고 계시는 동안, 저는 이 문장이 지닌 추잡한 의도를 좀 짚어보죠.

 

  이 문장은 실소를 튀어나오게 할 정도로 웃기는 문장임과 동시에, 구역질나도록 혐오스러운 문장인데, 이는 이 문장이 함대 컬렉션에 가해지는 모든 비판점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 즉 일반 대중에게 귀인시켜 모든 논쟁을 무력화시켜버릴 뿐만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신 공격을 동반하며 문제 자체를 개별화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은 필연적으로 '건전한 게이머는 책임 의식을 갖고 이 게임을 잘 즐길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라는 논리 구조로 이어지는데, 결국 이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비판하는 사람들은 '게이머 계층과 개개인들의 건전성을 믿지 못하고 음해하는 무리'가 되버리며,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중 문제가 있는 언동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그건 그냥 개인의 문제일 뿐이고!'로 치부해버립니다.

 

  어디서 많이 들은 논리죠? 예. 미국 총기 협회(NRA)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면서 하는 언동이며, 개신기독교가 대중의 비판을 피할 때 흔히 쓰는 '일부 이단' 운운하는 헛소리와 일맥상통하는 논리입니다.

 

  이 헛소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이 글은 아래와 같은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예제로 들었던, ‘함대컬렉션’에 등장하는 칸무스 ‘무츠’를 이해하는 과정을 되짚어보자. 먼저, 게이머는 ‘함대컬렉션’을 즐기며 여기에 등장하는 ‘무츠’라는 칸무스(캐릭터)를 인식한다. 그리고 이 칸무스(캐릭터) ‘무츠’의 대사 중 3번포탑 관련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역사인 태평양전쟁사를 되짚어 무츠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커다란 이야기인 태평양전쟁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함대컬렉션’ 게임이 아니라 바로 게이머 자신이다. ‘1943년 의문의 3번포탑 화재로 전함 무츠가 침몰했다’는 사실로서의 역사를 파악하고, 이 단계에서 이해를 중단하느냐 아니면 ‘3번포탑 화재는 ‘왜’ 일어났느냐‘라는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파악하는 것까지 나아가느냐는 게이머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암요.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파악하는 것까지 나아가느냐는 물론 소비자 자신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3번 포탑 운운하기 이전에, 태평양 전쟁에서 침략에 선봉에 섰던 함선을 미소녀화 시켜서, 연합군을 악마화시킨 심해서함 부대와 싸우게하는 거대한 맥락을 제공하고 있는 쪽은 어디의 누구시더라...? 지엽적인 사례 하나를 들고 와서 합리화 하는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저는 지금까지 몇 차례나 이야기해서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로 자주 언급한 반례들을 언급할 수 있죠.

 

  하지만 굳이 반례를 들고 올 필요도 없이, 이 구절은 그 자체로도 이미 무력화되있는 상태입니다. 왜냐고요? 3번 포탑과 관련해서 먼저 '네타'를 제공한 쪽은 바로 함대 컬렉션 쪽이며, 따라서 소비자가 그 3번 포탑 화재 대사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이해를 중단하더라도, 그 책임 역시 바로 윤색되고 비틀린 맥락을 제공한 컨텐츠 제공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보기좋게 윤색된 문장과 사진을 제공해서 그 단계에서 이해를 중단시키고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게 하는 기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숱하게 써먹어져온 대중 세뇌 및 선전 기법 중 하나라고요. 역사와 관련된 컨텐츠에 대한 글을 쓰면서 역사에 대한 기초 상식과 이해, 지식 없이 글을 써대니 이딴 결과가 나오는겁니다. 애초에 기본적인 사상 주입 및 사회화라는게 뭔지는 아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간단하게 이야기할까요? 저 소리를 북한이 뿌린 삐라(불법선전물)에 빗대어 비교해봅시다.

 

  '북한 선전물중 하나인 삐라에 나오는 수 많은 선전문구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되짚어보자. 먼저, 삐라를 주운 사람은 삐라를 보며 여기에 등장하는 선전문구를 인식한다. 그리고 그 선전문구 중 북한의 주체사상 관련 미사여구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역사인 6.25 전쟁과 남북 분단과정을 거쳐 주체사상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선전문구를 이해하기 위해, 커다란 이야기인 남북 분단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삐라가 아니라 바로 삐라를 주운 사람 자신이다. 황장엽이 주체사상을 창시했다라는 사실로서의 역사를 파악하고 이 단계에서 이해를 중단하느냐 아니면 '주체사상은 왜 창시됬느냐'라는 심층탐구로서의 역사를 파악하는 것까지 나아가느냐는 주운 사람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여기에 아까 위의 문장을 덧붙이면..

 

  그러므로 '주체사상 인식의 책임 소재는 불법선전물인 삐라와 이를 뿌린 북한이 아닌, 이를 주운 남한 사람 스스로가 갖게 된다.'

  그러므로 '북한의 불법선전물은 문제가 없다'

 

  ?

 

  북한을 나찌로, 주체사상을 나찌즘으로 바꾸면 더욱 좋습니다.

 

  예? 북한(나찌)과 현대 일본은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다르지 않냐구요?

 

  왜요? 아까 스스로 그러셨잖아요? '배경이 될 일본 역사청산의 미진함과 내셔널리즘을 모두 짚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라고. 그러니 저도 안 다루고 이 부분만 보고 넘어갈껀데요?

 

  ??

 

  이렇게 겉으로만 그럴듯한 소리를 내세우며 줄곧 추악한 의도와 거짓말을 감추고 있던 이 글은, 그마저도 지쳤는지 다음 구절에서 그 본색을 드러냅니다.

 

  '함대컬렉션’의 구조는 비록 태평양전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일본 우익 미디어물이다’로 쉽게 단정 짓기 어렵게 만든다. 게임 자체에 사극이나 소설처럼 명확한 플롯이 존재하지 않으며 방향성이나 의도가 희박하다. 여기에 게임의 이해를 기본적으로 게이머 스스로의 역사관에 의존하고 있다.'

 

  자, 우리 모두 다같이 외치죠.

 

  "아이언 보톰 사운드" 이벤트.

  "남방작전, 웨이크 섬" 이벤트.

  "미드웨이 해전" 이벤트.

 

  어디 보자.. 보스 이름만 해도 비행장희, 이도서귀, 중간서희, 북방서희...

  아니, 함대 이름이 ABDA..?

  엉? 심해서함 함재기 그거 완전 연합군 함재기 아니니?

 

  예? 명확한 플롯이 없다구요? 읎어? 없긴 뭐가 없죠? 공식 제작진이 자랑스럽게 언급한, 칸무스가 심해서함을 물리친다는 아주 명확하고 분명하게 명시된 플롯이 있습니다. 칸무스가 어디의 함대고, 심해서함이 어느 국가들의 함대인지는 안봐도 비디오에 뻔할 뻔자인데, 플롯이 없고 방향성이나 의도가 희박하다고요? 의도가 희박해? 우리 이쯤에서 함대 컬렉션 치프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다시 되새기고 넘어가죠.

 

  "실제로 배에 타셨던 분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준 것 같아서 감개 무량합니다. 원래 이 게임을 만드는 계기로서 실제 전쟁에서 분전하다 침몰한 함선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서''' 이번 뉴스 주간 포스트세븐에 이런 특집을 낸 것도 기쁘네요"

 

  의도님?

 

  게임의 이해를 스스로의 역사관에 의존한다는 게임이 게임 내 역사 설명에서 전범 행위는 싹 쳐내고, 일본군의 문제점은 없애버리고,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했으면서 태평양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도 않고, 태평양 전쟁 때 싸웠던 다른 나라의 함대를 악마화시켜서 묘사하고, 역사적으로 엄연히 실존하는 전투를 소재로 삼아 자신들의 승전을 그려내고 있는 이 게임이 '역사관'의 방향성과 의도가 불분명하고 '스스로의 역사관'에 이해를 의존한다고요?

 

?

  '재미있게도, ‘함대컬렉션’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한다. 역사적인 사실인 태평양전쟁과 실존했던 전함을 주제로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모에화와 함께 고의적으로 역사에 대한 설명이나 설정을 제거해 미소녀 캐릭터로 단순 치환해 역사에서 분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여기에 ‘탈정치화’니 ‘역사의 경량화’니 같은 거창한 말까지 동원된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유효한 주장처럼 보인다. 가해자가, 침략전쟁인 태평양 전쟁을 수행했던 함선을 가지고 역사적 설명 없이 모에화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제거하고 전형적인 일본 서브컬처의 미소녀로 만들었다는 논리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이 주장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거듭 강조했듯, ‘함대컬렉션’에서 태평양전쟁의 역사적 사실은 절대 제거되거나 왜곡될 수 없다.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태평양전쟁사를 가져와야만 한다.'

 

  네, 그래서 전범 행위 설명 싹 삭제하고 수영복 입힌 성적 매력 강조된 어린아이로 묘사한 잠수함 칸무스의 팬층이 그렇게 두텁나봅니다. 비행장희는 결국 칸무스 함대에 무력화 당하고 굴복하는 플롯이 참 왜곡이 아닌가 봅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이 승전하는 묘사는 절대로 역사적 사실의 제거가 아니죠. 암요. 그렇고 말고요.

 

  심지어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태평양전쟁사를 가져와야만 한다 운운하는 부분에선 그저 할 말이 없습니다. 이 글의 논리대로 따지면 지금 함대 컬렉션과 관련되서 2차 창작 컨텐츠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집단과 그 구성원 중 대다수가 태평양 전쟁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됩니다. 현실은? 재편집되고 먹기 좋은 부분만으로 구성된 재편집된 태평양전쟁사로도 잘만 즐기고 있는데요? 해군선옥론, 일본의 태평양 전쟁 개전은 사실 미국의 부당한 석유 수출 차단에 대항하기 위한 전쟁, 대일본제국은 분전하였고 그 안에서 내무부조리는 극히 적었다, 전범행위는 없었다.. 끝이 안나니 여기까지.

 

   왜곡과 거짓이 판치는 태평양전쟁사로도 함대 컬렉션, 아니 '칸코레'는 충분히, 아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칸코레'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 역사를 찾아보는 일본인들은 십중팔구 자국의 왜곡된 역사 교육 자료를 통해 그 기록을 수집하고, 잘난 '더 깊은 이해'상태로 몰입하게 되죠. 세탁되고, 탈정치화된 역사를 즐기면서 자신들에겐 문제가 없고 남의 일이라는 사실만을 더욱 깊숙히 내면화합니다. 이는 칸코레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일부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글이 반박한답시고 실어놓은 한 장의 사진이 그것을 더욱 더 여실히 증명하고 있죠.

 

<‘함대컬렉션’에 등장하는 잠수함 ‘이-8’은 실제 역사에서 탑승원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함이었고, 해외 게이머들은 ‘전범쨩’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자, 이게 괜찮다고 하니 모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전두환을 모에화한 캐릭터를 세운 다음, 독재쨩이라고 이름붙여서 희희덕거려봅시다.

 

  애초에 '전범쨩'이라는 같잖지도 않은, 역겨운 별명이 친근하게 논해지고 희화화된다는거 자체가 전쟁범죄라는 것의 무거움, 일본제국과 그 함대가 저지른 침략의 역사를 훌륭하게 희석시키고 있는 지표라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요? 그저 이 글을 쓴 사람이 잘 몰라서 였을까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함대컬렉션’ 논쟁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함대컬렉션 같은 매체 때문에 역사 인식이 왜곡된다’는 주장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주장은 사실,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류의 주장과 동일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게임이라는 매체가 한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주장이다.


정말로 그러한가? 이러한 주장은 소위 ‘폭력적인’ 게임이 등장한 초기부터 많은 논쟁이 있어왔지만, 현재까지 나온 결론은 없다. 게이머와 학부모, 학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MIT 인문학부 교수인 헨리 젠킨스는, 자신의 저서 <팬, 블로거, 게이머>에서 인문학자 제임스 폴 지의 주장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아니죠. 이 글은 그런 어설픈 무지에 기반한 글이 아니라, 모든 문화적 매체와 지식 전달 체계의 영향력을 고의적으로 과소평가함으로써, 문화 매체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고 일체의 윤리적, 도덕적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극단적인 무책임함과 회피를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끝장인 글입니다. 모든 문화 매체는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왜 우리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고, 네오나치들의 구호를 비판하며, 중국의 확장주의를 담아낸 정치가들의 주장을 비판합니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호와 서적, 그리고 정치가들의 주장 역시 하나의 매체이며, 다른 매체를 통해 전파됩니다.

 

  이 글은 비열하게도 은근슬쩍 게이머와 폭력을 운운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 합니다. 하지만 폭력을 담은 매체들에 단순히 노출되는 것과, 주장과 역사관을 담은 컨텐츠를 '향유'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폭력'이란 어떤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주제의식을 담아내기 위한 도구로서 쓰여왔습니다.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영향을 끼치는 것은 폭력이라기보단 폭력을 도구로 전달되는 그러한 맥락들입니다. 우리는 반전 의식을 담아낸 전쟁영화에서의 과도한 유혈과 살육 장면을 보며, 폭력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폭력을 통해 투사되는 다른 메시지를 향유하고 누리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매체도 많습니다. 폭력을 통해 잘못된 주제의식을 전파하거나, 혹은 폭력 그 자체를 찬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매체는 모두 대중과 지식층의 비판에 직면해왔으며 또 직면해야만 합니다. 이것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어떠한 문화 매체도 그 문화 매체가 존재하게 된 사회와 법질서, 그리고 문화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영향을 끼치며, 따라서 문화 매체는 문화 매체가 존재하게 된 사회 기반과 그와 관련한 논의에서 자유로워서는 안됩니다.

 

  문화 매체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에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행동을 이끌어내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토론을 벌였습니까?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그려내는 암울한 미래상을 두고 위협을 느끼고 생각에 잠겼습니까?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헐리우드 영화가 그려내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였습니까?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고전 문학과 고전 명작이란 이름하에 향유되는 소설들을 읽으며 교훈을 얻습니까?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조지 오웰의 1984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극찬합니까?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스펙 옵스 : 더 라인을 극찬했습니까?

 

  왜?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를 회피합니다.

 

  그리고 그 회피는 다음 구절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제임스 폴 지는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투사된 정체성(projective identity)’이라고 말한다. 이는 게이머들이 역할 게임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용어 그 자체에 있다. 즉, 게임을 통해 정체성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투사된다. 이 말은 곧 게이머들이 게임을 능동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그 정체성을 선택하거나 수용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폴 지는 아리안 국가가 백인 우월주의를 주창하면서 설계한 게임 <인종 청소>에 대해 학생들과 논의한 바 있다. 많은 학생들은 그 게임을 함으로써 인종주의적 뿌리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게 되었고, 인종적 반감을 선동하기보다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더욱 다짐하게 되었다고 한다. 게임의 사상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는 게이머의 출신배경과, 경험, 기존 가치관에 좌우되었다. 다른 미디어들처럼 게임 역시 게이머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며, 그 가치를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제임스 폴 지가 과연 옳은지 아닌지, 연구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그저 권위로 깔아뭉개려는 그 오만함과 건방짐은 뒤로 제쳐두고 나서라도 이 글 자체는 칸코레 내지는 문화 매체 무죄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 우익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을 설명하는데에는 더 좋지요. 첫 째로 이 구절에서 학생들은 이미 인종주의에 대한 반감을 교육 받고 상식으로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한 후 서로간의 토의를 통해 그 신념을 공유하고 강화하는 과정까지 거쳤습니다. 이미 인종주의에 대한 반감은 현대 사회에서 상식 수준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재미도 없고, 성적 매력 등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호소하지도 않는, 상업성과 유희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프로파간다용 소프트웨어가 제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으니 다른 것도 그럴 것이다?

 

  북한의 선전영화를 지금 머리 제대로 자란 한국 사람들에게 틀어주고 상영회를 한 후 공개 토의를 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애초에 토의를 통해서, 지도 교수가 의식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실격인데요? 설령 저기서 인종주의에 감명받은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럼 그 학생이 거기서 미쳤다고 '전 인종주의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러겠냐고요. 제대로 비교하려면 제3제국 관련 영화를 보고 거기에 감명받아서, 제3제국과 나치즘에 동조하고, 나치즘 코스프레를 하는 한국인들과 비교해봐야겠죠. 매체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저런 집단은 도대체 왜 등장했을까요? 전사모가 왜 튀어나왔는지 잊은 분들이 왜 이리 많은 지 모르겠습니다. 예? 아예 대한민국 학습용 게임의 역대급 실패작 스타스톤을 들고 오시고 '학습용 게임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해보시지 그러십니까.

 

  칸코레는요.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성적 매력에 강렬히 호소합니다. 게임으로써의 재미도 충분하지요. 그러니 '문제가 있으면 어때 게임만 재밌으면 그만이지', '문제가 있으면 어때 미소녀 좀 예쁘면 그만이지'라는 일련의 이중잣대 및 자기합리화가 실시되기에 매우 충분한 환경이자 컨텐츠라는겁니다.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성적 매력이란 것은 정말 강력한 동기부여이자 인간의 심층 의식을 바꿔놓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아니라고요? 저기 대기업 광고부 가서 '그러니까 우리는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지 말아야합니다'라고 주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모터쇼에서 '레이싱걸은 사실 브랜드 홍보에 쓸모가 없으니 치워버리죠'라고 하셔도 되요. 왜 노골적으로 우스꽝스러운 구도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나치 포르노'가 금기시 되는지는 좀 아시는 지 모르겠네요.

 

  투사된 정체성 좋습니다. 게이머는 게임을 능동적으로 수행합니다. 맞아요. 단, 게임이 한정지어놓은 구도 안에서 말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스펙 옵스 : 더 라인의 경우, 게이머가 설령 다가오는 파멸의 단초를 알아챘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이어지는 결정적인 이벤트를 회피할 방법은 전무합니다. 없어요. 거기에서 게임을 끄던가 해야 합니다. 물론, 게임의 맥락을 가지고 해석을 하고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 분명 그 산물은 게이머의 기존 정체성을 상당수 투사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과정에서 게임이 주창하는 주제의식 역시 좋든 싫든 그 게이머와 상호작용을 하고 일부가 투사되요. 그게 어떤 방식으로의 영향이든, 영향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어떤 방향으로 치닫느냐가 문제죠.

 

  그리고 '칸코레'의 경우, 그게 어떤 방향으로 향했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시리라고 봅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이 치졸한 자기변명과 합리화의 끝이, 문화 매체의 영향력을 은폐하고 도덕률에서 탈피하려는 그 추악한 아가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글을 마치기 전, 이 글을 쓴 사람이 제멋대로 늘어놓은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장광설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답변하고 글을 끝맺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웹 게임인 ‘함대컬렉션’으로 게이머의 역사인식이 왜곡된다고 가정한다면, 대부분의 ‘폭력적인’ 게임 역시 함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뛰어난 상호작용성을 가지고 있는 ‘GTA’시리즈나, ‘노 러시안’ 미션으로 충격을 안겨줬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같은 게임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이러한 게임에 의해 게이머는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질서에 대한 인식이나 생명에 대한 인식이 망가진다는 논리도 얼마든지 성립하며, 게임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취해왔던 입장도 이와 같았음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GTA와 노 러시안이 비판에서 자유로웠던가?"

 

Posted by 컴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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